"제 4 경"
들 숨에 힐링, 날 숨에 스트레스
오색주전골
목덜미까지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는 사람들의 얼굴에
뜨거운 여름이 내려앉습니다.
아스팔트를 위를 오가는 차들만 가득한 도심에 있다보면
마음까지 끓어오르기 마련인데요.
그 시간 자연은 신록을 넘어 무한한 생명력을 뿜어냅니다.
흩어진 물보라가 무지개로 피어나는 곳
눈길 걸음 닿는 곳마다 비경인 용소폭포
시루떡을 쌓아 놓은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시루떡 바위로도 불린다는 주전바위까지
숲속 그늘과 시원한 계곡 물소리 있는
양양10경 중 제4경에 속하는 오색주전골로 떠나봅니다.
주전골이라는 명칭은 주전골 용소폭포 앞에 시루떡처럼 생긴 바위가
엽전을 쌓아둔 모양이라고 해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옛날에 도적들이 골짜기로 숨어들어와 위조화폐를 만들다가
붙잡혀서 주전골이라고도 한다.
그만큼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외진 곳이었다.
지금은 주전골 아래 오색 약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가볍게 산책을 하기에는 오색약수터에서부터 용소폭포에 이르는 코스가 좋다.
왕복 2시간 정도의 거리로 숲 안에 자리한 크고 작은 계곡들을 만날 수 있다.
산행이지만 길이 완만해서 산책을 즐기기에 아주 적합하다.
푸른 물색 하나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울창한 원시림 아래 시원한 그늘은 피서지로 인기가 높다.
주전골의 초입, 오색약수가 반긴다.
오색리의 오색약수는 천연기념물 제529호로
1500년경 오색석사 사찰의 스님이 발견했다고 한다.
오색약수는 성국사 뒤뜰에서 자라던 오색화로 인해 붙인 이름이다.
철분 함유가 많아 특이한 맛과 색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위장병 빈혈 신경통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찾는 이가 많다.
지금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약수를 떠먹을 수 있는 바가지를 잠시 치워놓았다.
남설악 주전골 코스는 데크 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걷는 코스로 추천할 만한다.
오색약수터에서 성국사까지 가는 길은 무장애탐방로로
장애인이나 노약자, 어린이, 임산부를 비롯해 누구든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용소폭포 쪽으로 가면 갑자기 돌길들이 나오지만
그 이전까지는 무난하게 걸을 수 있는 난이도다.
성국사에는 보물인 양양 오색리 삼층석탑이 있다.
원래 무너졌던 것을 1971년에 복원한 것으로 기품이 단정하고 우아하다.
나무 데크길을 걸으면서 종종 들리는 계곡 물소리는 너무 시원하고
멀리서도 물 안을 다 비추는 투명함은 절로 물멍을 부르게 했다.
주전골 최고의 비경인 독주암도 장관이다.
거칠게 깎인 바위는 자연이 만든 작품이다.
밝은 달밤에 선녀들이 내려와 날개옷을 만석 위에 벗어 놓고
목욕을 하고 올라갔다는 전설이 있는 선녀탕도 빼놓을 수 없다.
눈 닿는 곳마다 풍경이 그림같아 사진을 찍느라 발걸음에 속도가 나지 않는다.
용소폭포 근처로 동전을 쌓아 올린듯한 주전바위도 보이는데
시루떡을 쌓아 놓은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시루떡 바위로도 불린다.
걷는 내내 맑은 공기와 피톤치드를 마음껏 음미할 수 있었다.
오색약수에서 용소폭포까지는 약 3km 정도로 넉넉잡아 3시간 거리다.
산책하듯 걷다보면 7m높이의 용소폭포를 마주할 수 있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후련하다.
용소폭포는 살악산 여느 계곡에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용소폭포에는 이무기의 전설이 서려 있다.
용이 되기 위해 천년을 기다리던 끝에 하늘로 승천할 시간이 되었는데
미쳐 준비되지 못한 이무기가 승천을 실패하면서 비관하다 죽어
또아리를 튼 모습의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다.
환상적인 계곡 트레킹 코스를 자랑하는 주전골은
내설악 산자락에 폭 파묻힌 오색온천 단지를 품으며
한여름 폭염을 피하는 최고 명당으로 꼽힌다.
올여름엔 꼭 이무기가 몸을 씻던 용소 폭포로 떠나보자.
짙푸른 녹음에 들어서 흐르는 땀을 닦다 보면 어느새 더위는 저만큼 물러나 있을 것이다.